전날 응급실까지 다녀왔는데, 하루 만에 기력을 회복해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32·일본)가 부산 BNK 썸의 ‘복덩이’가 되고 있다.
BNK는 6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홈경기에서 72-5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4일 우리은행과 홈경기에 이어 2연승을 거둔 BNK는 시즌 10승(2패) 고지를 밟았다. BNK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건 2022~23시즌에 이어 창단 2번째다.
이날 BNK의 공격을 이끈 건 20득점을 올린 김소니아였지만, 공·수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사키의 활약이 빛났다. 그는 이날 26분 21초를 뛰면서 15득점 6리바운드 4스틸로 활약하면서 BNK를 무료 미니게임 승리로 이끌었다.
사키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면서 외곽포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여기에 상대의 공격 흐름을 차단하는 수비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경기를 BNK 쪽으로 끌고 왔다. 리바운드에서도 상대에 밀리지 않고 좋은 싸움을 펼쳤다.
2쿼터를 잠시 쉬어간 사키는 3쿼터를 3점포로 시작했다. 이후 수비에 집중한 그는 쿼터 막판 다시 한번 외곽포를 성공시키면서 27점 차로 달아나는 데 기여했다. 경기가 빠르게 BNK 쪽으로 기울면서 사키는 4쿼터 휴식을 취했지만, BNK의 승리는 변함이 없었다.
이날 사키는 주특기인 수비는 말할 것도 없고, 공격에서도 빛이 났다. 그가 올린 15득점은 지난달 27일 하나은행전(17점) 이후 한국 무대 2번째 두 자릿수 득점이었다. 특히 3점슛 4개를 성공시킨 건 올 시즌 최다였다.
경기 후 사키는 “수비, 리바운드부터 흐름을 잡자고 선수들과 말했다. 집중해서 한 게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3점포에 대해서는 “훈련 때 감독, 코치님이 적극적으로 공격하라고 해서 찬스 나면 쏘려고 생각했다”면서 “5명이 부지런히 움직여서 찬스가 났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키는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WKBL 아시아쿼터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에 지명된 선수다. 일본 W리그에서 스틸(2018~19시즌)과 3점 성공률(2020~21시즌) 1위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특히 수비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수비에 대해 사키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첫 팀에서 코치님이 수비 잘 가르쳐주셔서 그런 환경에서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잘한다기 보다는 미스매치 때 공을 가진 사람의 압박수비를 잘해줘야 하는데 팀원들이 잘해줬다”며 다시 한번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주말에 몰아서 경기를 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매일 같이 게임이 있다. 이에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키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 전날인 5일에는 컨디션 난조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일본과 다르게 출전시간도 길고 경기도 많아서 지친 게 있다. 소화기능도 떨어져서 수액도 맞았다”고 전했다. 사키 본인은 “많이 좋아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사키는 오는 2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리는 WKBL 올스타전에 한국 올스타로 선발돼 일본 선수들과 맞붙게 됐다. 사키는 “뽑힌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즐겁게 재밌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올스타 멤버가 좋아서 본인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